종이에 점 네 개를 찍고 그 사이에 선 일곱 개를 그으세요. 이제 연필을 떼지 않고, 일곱 선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하나도 두 번 지나지 않고 그려 보세요.
몇 번을 해도 마지막 한 선이 남습니다. 운이 나쁜 걸까요, 아니면 아예 안 되는 걸까요? 안 된다면,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까요?


프로이센의 도시 쾨니히스베르크에는 강이 흐르고, 강에 섬이 둘 있고, 그것들을 잇는 다리가 일곱 있었습니다. 시민들 사이에 놀이 같은 물음이 돌았습니다 — 일곱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너 한 바퀴 돌 수 있을까?
아무도 못 했습니다. 그러나 「못 했다」와 「못 한다」는 다릅니다. 1736년,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그 차이를 갈랐습니다.
그가 한 일은 놀랍도록 단순합니다. 땅을 점으로, 다리를 선으로 바꿨습니다. 섬이 얼마나 크든, 다리가 얼마나 길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무엇과 몇 개로 이어져 있는가뿐입니다.
그렇게 보면 답이 저절로 나옵니다. 어떤 땅에 들어갔으면 나와야 합니다. 그러니 그 땅에 붙은 다리는 짝수여야 합니다. 시작한 곳과 끝나는 곳만 홀수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쾨니히스베르크는 네 땅이 모두 홀수였습니다. 그래서 없습니다.
이 한 편의 글에서 그래프 이론이라는 수학이 태어났습니다.
지도 앱의 길 찾기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땅을 점으로, 다리를 선으로」 바꾼 그 순간이 그래프 이론의 시작이고, 지금 도로망·지하철 노선·통신망이 모두 이 그림으로 다뤄집니다.
쓰레기 수거차와 제설차의 경로, 우편 배달 순서도 이 문제의 후손입니다.
한붓그리기로 해 본다
다리를 선으로, 땅을 점으로 바꿔 그립니다. 강도 배도 지우고, 남는 것은 점 넷과 선 일곱뿐입니다.
이제 연필을 떼지 말고 그려 보세요. 안 됩니다. 선을 하나 지우고 다시 해 보세요. 이번엔 됩니다. 지웠을 때와 안 지웠을 때 무엇이 달라졌는지 눈으로 찾아보는 것이 오늘 할 일입니다.
홀수점 세기
점마다 거기 붙은 선이 몇 개인지 세어 적습니다. 쾨니히스베르크는 3, 3, 3, 5 — 넷 다 홀수입니다.
한붓그리기를 할 때 어떤 점을 지나간다는 것은 들어오는 선 하나와 나가는 선 하나를 짝지어 쓴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지나가기만 하는 점은 선이 짝수여야 합니다. 홀수인 점은 출발점이거나 도착점일 수밖에 없고, 그런 자리는 둘뿐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넷입니다. 그래서 안 됩니다.
오일러 경로의 조건 증명
앞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연결된 그림에서 한붓그리기가 되려면 홀수점이 0개이거나 2개여야 합니다. 0개면 출발한 자리로 돌아오고(닫힌 길), 2개면 한 홀수점에서 떠나 다른 홀수점에서 멈춥니다.
홀수점이 늘 짝수 개라는 것도 함께 보입니다. 선 하나가 양 끝에 1씩 보태니 모든 점의 수를 다 더하면 로 짝수이고, 짝수를 만들려면 홀수인 것이 짝수 개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홀수점이 1개나 3개인 그림은 아예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프 이론의 시작
오일러는 이 물음에 답하면서 길이도 각도도 쓰지 않았습니다. 쓴 것은 「무엇이 무엇에 붙어 있는가」뿐입니다. 그 눈이 그래프 이론이 되었고, 다시 위상수학으로 자랐습니다.
오늘날에는 모든 변을 한 번씩 지나는 길을 오일러 길, 모든 꼭짓점을 한 번씩 지나는 길을 해밀턴 길이라 부릅니다. 닮아 보이지만 앞의 것은 위 조건으로 바로 판정되고, 뒤의 것은 아직 빠른 판정법이 없습니다(NP-완전). 한 글자 차이가 이렇게 갈립니다.
다리를 고쳐 놓기. 쾨니히스베르크의 네 땅을 라 하고, 붙은 다리 수가 차례로 3, 3, 3, 5 라 하자.
(1) 한붓그리기가 안 되는 까닭을 홀수점의 개수로 설명하시오.
(2) 다리를 하나만 새로 놓아 한붓그리기가 되게 하려 한다. 어느 두 땅을 이어야 하는지 모두 찾으시오.
(3) (2) 로 놓았을 때 출발점과 도착점이 어디인지 말하시오.
(4) 다리를 하나 없애서 되게 할 수도 있는가? 답과 까닭을 쓰시오.
(5) 출발한 자리로 돌아오려면 다리를 적어도 몇 개 놓아야 하는가?
(4) 가 함정입니다 — 없애도 됩니다. 양 끝 두 점이 함께 짝수로 바뀌니까요.
(1) 붙은 다리 수가 3, 3, 3, 5 — 넷 다 홀수입니다. 어떤 땅에 들어가면 나와야 하므로 다리는 짝을 이루어 쓰입니다. 홀수인 땅은 출발점이거나 도착점일 수밖에 없는데, 그런 자리는 많아야 둘입니다. 홀수점이 넷이니 한붓그리기는 불가능합니다.
(2) 새 다리 하나는 홀수점 둘을 이어야 합니다. 그 둘이 짝수로 바뀌어 홀수점이 둘만 남기 때문입니다. 넷 중 둘을 고르는 방법이므로 가지 — 모두 됩니다.
(3) 남은 홀수점 둘이 출발점과 도착점입니다. 예를 들어 를 이었다면 와 에서 출발해 서로에게 닿습니다.
(4) 됩니다. 이것이 이 문제의 함정입니다. 다리를 하나 없애면 그 양 끝 두 땅이 함께 짝수로 바뀌어 홀수점이 둘만 남습니다. 쾨니히스베르크의 일곱 다리는 모두 홀수점끼리 잇고 있으므로 어느 하나를 없애도 한붓그리기가 됩니다.
(5) 출발한 자리로 돌아오려면 홀수점이 하나도 없어야 합니다. 다리 한 개는 홀수점 둘을 없애므로, 넷을 없애려면 적어도 2개가 필요합니다.
여기 「풀어 보기」는 기본 한 벌입니다. 더 풀어 보고 싶으면 행복수학의 그 단원으로 건너가세요.
「점과 선으로 바꿔 보기」는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생각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도에서 크기와 각도를 모두 버리고 점과 선의 연결 관계만 남긴 오일러의 생각은, 입체 다면체의 꼭짓점·모서리·면을 세는 강력한 공식으로 뻗어 나갑니다 — 제59장에서 위상수학의 또 다른 결실을 확인해 보세요.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1736년 상트페테르부르크 학술원에 제출하고 1741년 출간한 논문 「위치 기하학에 관한 문제의 풀이」에서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