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육면체 방의 바닥 한 구석에 개미가 있고, 맞은편 천장 구석에 꿀이 있습니다. 개미는 벽과 바닥을 타고만 갈 수 있습니다.
벽을 곧장 타고 올라가 천장을 가로지르는 것이 짧을까요, 아니면 비스듬히 기어가는 것이 짧을까요? 가장 짧은 길은 어디를 지날까요?

1903년 영국의 신문 『위클리 디스패치』에 헨리 두더니가 퍼즐을 하나 냅니다. 방 한쪽 벽에 거미가 있고 맞은편 벽에 파리가 있는데, 거미가 기어서 갈 수 있는 가장 짧은 길을 묻는 문제였습니다. 두더니는 학교를 열세 살에 그만두고 혼자 공부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의 답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가장 짧은 길은 벽 다섯 면을 밟고 지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언뜻 보기에 빙 돌아가는 것 같은 길이 실은 제일 짧았던 것입니다.
비결은 상자를 펼치는 것입니다. 전개도로 만들면 두 점이 같은 평면에 놓입니다. 평면 위 두 점을 잇는 가장 짧은 길은 직선이기 때문에, 펼친 그림에 자를 대고 직선을 그으면 그것이 답입니다.
그리고 펼치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어느 면을 거쳐 가느냐에 따라 다른 전개도가 나오고, 그때마다 직선의 길이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펼쳐 보고 가장 짧은 것을 골라야 합니다.
그는 학교를 열세 살에 그만두고 사무원으로 일하며 혼자 공부한 사람이었습니다. 평생 신문과 잡지에 퍼즐을 냈고, 그 퍼즐들이 지금도 수학책에 실립니다. 대학을 다닌 적이 없는 사람이 낸 문제를 백 년 넘게 수학자들이 풀고 있는 것입니다.
「펼쳐서 생각하기」가 최단 경로를 찾는 열쇠입니다. 상자를 펼치면 곡선이 직선이 됩니다.
배관과 전선을 최소 길이로 놓는 설계, 로봇이 장애물을 돌아가는 경로 계산에 같은 방법이 쓰입니다.
상자를 펼쳐 그려 본다
작은 과자 상자 겉면에 시작점과 도착점을 표시하고 개미가 갈 수 있는 길을 사인펜으로 여러 개 그어 봅니다.
상자의 모서리를 가위로 오려 전개도로 활짝 펼쳐 보세요. 굽어 있던 벽들이 한 평면이 되면 시작점과 끝점을 자로 곧게 이은 단 하나의 직선이 가장 짧은 길임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펼치는 방법이 여럿·가장 짧은 것 고르기
직육면체 상자는 펼치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전개도가 나옵니다. 개미가 어느 모서리를 건너가느냐에 따라 펼쳐진 평면 위의 두 점의 가로·세로 거리가 달라집니다.
가로 1, 세로 1, 높이 2인 상자라면 과 처럼 전개도마다 거리가 다릅니다. 모든 전개도를 그려 피타고라스 정리로 비교해야 진짜 지름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피타고라스로 셈해 견주기
3차원 입체 표면 위의 최단 경로는 2차원 등거리 전개도(Isometric Unfolding) 평면에서 유클리드 직선 거리로 계산됩니다.
직육면체 크기가 ()일 때 마주 보는 꼭짓점 사이의 최단 표면 거리는 가 됩니다. 원기둥이나 원뿔의 표면에서도 옆면을 펼친 부채꼴에서 현의 길이를 삼각비로 계산하여 최단 경로를 구합니다.
측지선
입체 표면을 따라 움직이는 최단 경로는 미분기하학에서 측지선(Geodesic)이라 부릅니다. 굽은 다양체 위에서 가속도가 0인 자유 낙하 궤적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빛과 행성은 시공간의 측지선을 따라 움직입니다. 로봇의 3차원 장애물 표면 탐색 및 항공기의 지구 대권 항로 최적화 알고리즘에 이 측지선 계산이 직접 활용됩니다.
상자 위의 개미. 가로 4, 세로 3, 높이 5인 직육면체 모양의 상자가 있다. 한 밑면의 꼭짓점 에서 마주 보는 대각선 꼭짓점 까지 겉면을 따라 이동한다.
(1) 겉면을 펼쳐 전개도를 만들었을 때, 두 점 사이의 최단 경로의 모양은 어떤 선인가?
(2) 상자를 펼치는 세 가지 전개도에서 가능한 경로의 길이 , , 를 각각 계산하여 가장 짧은 최단 경로의 길이를 구하시오.
(3) 밑면의 반지름이 3이고 모선의 길이가 9인 원뿔의 밑면 둘레 한 점에서 출발하여 옆면을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오는 최단 거리를 구하시오.
(2) 세 값은 각각 이므로 최단 거리는 입니다. (3) 입니다.
(1) 직선(선분)입니다.
겉면을 펼치면 평면이 되고, 평면에서 두 점을 잇는 가장 짧은 길은 직선뿐입니다. 다시 접으면 그 직선이 상자 위에서는 꺾인 길로 보입니다.
(2) 세 값을 각각 셈합니다.
가장 짧은 것은 입니다.
⭐ 세 값의 안을 보면 두 수의 합과 남은 한 수로 갈립니다. 합이 가장 작아지는 쪽(3+4)으로 펼친 것이 가장 짧습니다 — 곧 가장 긴 변을 세로로 세우는 쪽입니다.
(3) 입니다.
옆면을 펼치면 반지름 9 인 부채꼴이 되고, 그 중심각은
입니다.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오는 길은 펼친 그림에서 양 끝을 잇는 현이므로
.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면 이니 비스듬히 도는 쪽이 더 짧습니다.
개미는 자를 대 볼 줄 모릅니다. 그런데 상자를 펼쳐 놓고 보면 우리도 자를 댈 필요가 없어집니다. 굽은 세상의 문제가 펴는 순간 자와 컴퍼스의 문제가 됩니다.
「굽은 면 위의 가장 짧은 길」을 측지선이라 합니다.
상자 겉면을 따라 기어가는 꺾인 입체 경로를 전개도로 납작하게 펼치면 한 줄기 곧은 직선이 됩니다 — 입체의 최단 경로가 평면 위 직각삼각형의 빗변으로 바뀌는 놀라운 순간을 제17장 의 피타고라스 정리와 함께 확인해 보세요.
영국의 퍼즐 학자 헨리 어니스트 듀드니(Henry Ernest Dudeney)가 1903년 런던 신문 『데일리 메일』에 기고하고 1907년 퍼즐집 『캔터베리 퍼즐』(The Canterbury Puzzles)에 수록한 '거미와 파리 문제'에서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