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잡지에 나오는 나라별 인구, 강 길이, 회사 매출액 등 아무 숫자나 수백 개 적어 보세요.
맨 앞자리 숫자가 1부터 9까지 골고루 나올 것 같지만 세어 보면 1로 시작하는 숫자가 전체의 약 30%나 됩니다. 왜 세상의 숫자들은 1을 편애할까요?

아무 숫자나 마음대로 스무 개 적어 보세요. 그리고 첫 자리 숫자만 세어 보세요.
대부분 1부터 9까지 고르게 나옵니다. 사람은 그렇게 씁니다.
그런데 진짜 자료는 다릅니다. 강의 길이, 도시 인구, 회계 장부, 주가 — 첫 자리가 1인 것이 약 30%이고, 9인 것은 5%도 안 됩니다.
왜 그럴까요? 두 배씩 늘어나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100에서 200이 되려면 100을 더해야 하지만, 900에서 1000이 되려면 100만 더하면 됩니다. 1로 시작하는 구간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깁니다.
그래서 지어낸 숫자는 티가 납니다. 실제로 회계 감사와 선거 결과 검증에 이 성질이 쓰입니다. 거짓말은 너무 고르게 퍼져 있어서 들킵니다.
이것을 회계 조사에 쓰자고 처음 말한 사람은 마크 니그리니입니다. 1992년의 일입니다. 그는 사람이 숫자를 지어낼 때 1을 너무 적게 쓰고 5와 6을 너무 많이 쓴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얼마 뒤 뉴욕 브루클린 지방검찰이 이 방법으로 회계 부정 일곱 건을 실제로 잡아냈습니다.
회계 부정을 잡아냅니다. 사람이 지어낸 숫자는 첫 자리가 고르게 퍼지지만, 진짜 자료는 1로 시작하는 것이 30%쯤입니다.
국세청과 회계법인이 실제로 이 검사를 쓰고, 선거 개표 자료와 과학 논문의 조작 여부를 살필 때도 쓰입니다.
직접 아무 숫자나 적어 견줘 본다
집에 있는 영수증이나 책에 적힌 가격들을 모아 맨 앞자리 숫자만 적어 봅니다. 1, 2, 3, 4, 5, 6, 7, 8, 9 중 1로 시작하는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숫자를 지어내면 1부터 9까지 골고루 섞어 적기 마련입니다. 실제 자연의 숫자 분포를 눈으로 세어 보며 그 차이를 느껴 보세요.
실제 자료와 비교
숫자가 100에서 200으로 늘어나려면 100% 성장해야 하므로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800에서 900으로 늘어나는 데는 12.5%만 자라면 됩니다.
여러 자릿수에 걸쳐 곱셈적으로 증가하는 자연스러운 데이터는 로그 척도를 따릅니다. 첫째 자리가 일 확률은 가 됩니다. 일 때 약 30.1%, 일 때 약 4.6%입니다.
로그 분포
이 규칙을 벤포드의 법칙(Benford's Law)이라고 부릅니다. 단위(단위계)를 미터에서 피트로 바꾸거나 원화를 달러로 바꾸어도 첫 자리 숫자의 분포가 변하지 않는 척도 불변성(Scale Invariance)을 가집니다.
만약 어떤 회사의 회계 장부나 선거 투표수 데이터에서 1의 비율이 30%에서 크게 벗어나거나 각 숫자가 균등하게 나온다면, 사람이 인위적으로 조작했을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회계 감사
벤포드 법칙은 확률변수의 로그 변환이 모듈로 1(mod 1) 상에서 균등 분포(Uniform Distribution mod 1)를 이룬다는 에르고딕 정리와 바일의 균등분포 정리(Weyl's Criterion)로 수학적으로 증명됩니다.
미국 국세청(IRS)의 세무 조사, 엔론(Enron) 분식회계 적발, 거시경제 통계의 신뢰성 검증, 디지털 이미지 합성 판별 등 포렌식 데이터 과학의 핵심 알고리즘으로 실전 활용되고 있습니다.
벤포드 법칙과 첫 자리 확률. 벤포드 법칙에 따르면 첫째 자리 숫자가 일 확률은 이다. ()
(1) 첫째 자리 숫자가 1일 확률 을 상용로그 값으로 계산하시오.
(2) 첫째 자리 숫자가 2일 확률 를 계산하시오.
(3) 첫째 자리 숫자가 1 또는 2일 확률의 합을 구하시오.
(3) P(1) + P(2) = log₁₀(2/1) + log₁₀(3/2) = log₁₀ 3 ≈ 0.477 (약 47.7%)가 됩니다.
(1) (약 30%)
(2) (약 18%)
(3) — 거의 절반입니다.
1 부터 9 까지 고르게 나온다면 각각 여야 합니다. 그런데 1 이 세 배나 자주 나옵니다. 지어낸 숫자는 이 치우침을 흉내 내지 못하기 때문에, 회계 감사에서 거짓 장부를 잡는 데 쓰입니다.
여기 「풀어 보기」는 기본 한 벌입니다. 더 풀어 보고 싶으면 행복수학의 그 단원으로 건너가세요.
「숫자의 모양으로 진위를 본다」는 실무에서 쓰입니다.
조작된 회계 장부나 가짜 통계 데이터에서 1로 시작하는 숫자의 비율이 벤포드 분포를 벗어나 덜미를 잡히듯,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자연 현상 데이터가 따르는 고유한 첫 자리 분포 규칙이 있습니다 — 제68장에서 숫자의 첫머리에 숨겨진 놀라운 비대칭성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물리학자 프랭크 벤포드가 1938년 발표한 논문 「비정상적인 숫자의 법칙」(The Law of Anomalous Numbers)과, 이를 회계 감사 및 선거 부정 적발에 본격 적용한 마크 니그리니의 1999년 연구에서 비롯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