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수학자 하디가 병상에 누운 친구를 찾아가 말을 겁니다. “타고 온 택시 번호가 1729였네. 별 뜻 없는 시시한 수 같더군.”
친구는 곧바로 고개를 젓습니다. “아닙니다. 아주 흥미로운 수입니다.” 병으로 누워 있던 사람이 듣자마자 그렇게 답했습니다. 1729 에서 그는 무엇을 본 것일까요?

1913년 1월, 케임브리지의 하디에게 인도에서 편지 한 통이 옵니다. 열 쪽에 걸쳐 정리만 빽빽이 적힌 편지였습니다. 보낸 이는 마드라스 항만 사무소의 스물다섯 살 서기 라마누잔이었습니다. 하디는 처음에 장난인 줄 알았고, 저녁에 다시 꺼내 읽고는 밤을 새웠습니다.
그는 뒷날 사람을 재능으로 점수 매긴 적이 있습니다. 자기는 25점, 함께 일하던 리틀우드는 30점, 당대 최고라던 힐베르트는 80점. 그리고 라마누잔에게는 100점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택시 이야기에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나중에 그의 옛 공책을 뒤져 보니, 1729라는 수의 이 성질이 병상에 눕기 훨씬 전부터 적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번뜩 생각해 낸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들여다본 수였던 것입니다.
왜 하필 1729가 가장 작을까요. 1729 = 1+1728 = 1³+12³이고, 동시에 729+1000 = 9³+10³입니다. 두 가지로 갈라지는 더 작은 수는 없습니다.
세제곱수는 1, 8, 27, 64, 125…로 급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둘씩 짝지어 같은 합을 만들 기회가 아주 드뭅니다. 그래서 이런 수가 귀한 것입니다.
바로 쓰이는 곳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수에서 시작된 물음이 타원곡선이라는 분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타원곡선이 오늘날 비트코인과 휴대전화 암호의 바탕입니다. 택시 번호 이야기가 백 년 뒤에 그렇게 닿았습니다.
세제곱수를 늘어놓고 더해 본다
세제곱수를 차례대로 적어 두고 두 개씩 골라 더해 봅니다. 이므로 가 됩니다.
그런데 표를 더 살펴보면 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도 됩니다. 서로 다른 두 가지 방법으로 쪼개지는 신기한 수를 눈으로 확인해 보세요.
1729 를 두 가지로 쪼개기
라마누잔은 1729가 두 양의 세제곱수의 합으로 두 가지 방법으로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작은 수임을 한눈에 알아보았습니다.
더 작은 수들은 세제곱의 합으로 나타내는 방법이 기껏해야 한 가지뿐입니다. 예를 들어 9는 뿐이고, 35는 뿐입니다. 1729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두 가지 표현이 동시에 가능해집니다.
택시 수의 일반화
택시 수 은 서로 다른 가지 방법으로 두 양의 세제곱수의 합으로 표현되는 가장 작은 양의 정수입니다.
, 이며, 세 가지 방법으로 나타나는 은 87,539,319입니다. 이 수는 으로 나타납니다.
디오판토스 방정식
택시 수의 연구는 디오판토스 방정식과 타원곡선의 유리수 점을 찾는 문제와 깊이 닿아 있습니다. 방정식 는 타원곡선으로 변환되며, 곡선 위의 유리점 군의 랭크(Rank)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수학자 오일러는 매개변수 방정식을 통해 무수히 많은 해를 생성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오늘날 타원곡선 정수론은 현대 공개키 암호 체계(ECC)의 든든한 수학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세제곱수의 합과 1729.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1) 의 값을 각각 계산하시오.
(2) 과 이 모두 1729임을 확인하시오.
(3) 두 양의 정수 에 대하여 임을 이용하여, 을 곱셈 꼴로 인수분해하여 계산하시오.
(3) a=9, b=10을 대입하면 (9+10)(81-90+100) = 19 × 91 이 됩니다.
(1)
(2)
— 두 가지 방법으로 같은 수가 됩니다.
(3) 을 넣으면
1729 는 두 세제곱수의 합으로 두 가지로 쓸 수 있는 가장 작은 수입니다. 세 가지로 되는 가장 작은 수는 87,539,319 이고, 여섯 가지부터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이런 수를 찾아내는 공식이 없어 하나하나 세어 보는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 「풀어 보기」는 기본 한 벌입니다. 더 풀어 보고 싶으면 행복수학의 그 단원으로 건너가세요.
「같은 수를 여러 방법으로 쪼개기」는 정수론의 큰 갈래입니다.
두 세제곱수의 합으로 나타내는 방법이 두 가지인 가장 작은 수 1729의 신비는, 세제곱수 둘을 더해 또 다른 세제곱수를 만드는 것이 왜 불가능한지를 묻는 350년의 대질문으로 이어집니다 — 제84장에서 거듭제곱수가 빚어낸 역사상 가장 유명한 난제를 만나보세요.
영국의 수학자 G. H. 하디가 1918년 런던 퍼트니 요양원에 입원 중이던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을 병문안했을 때 나눈 대화 기록(하디의 저서 『라마누잔 회고록』)에서 비롯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