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기가 없는 가느다란 실 한 줄을 구부려서 정사각형 바닥에 놓습니다. 아무리 구부려도 선은 선일 뿐 넓이를 가진 면이 될 수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힐베르트가 고안한 규칙대로 무한히 꺾어 나가면 선 하나가 정사각형 안의 모든 점을 단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빈틈없이 통과합니다. 1차원 선이 어떻게 2차원 면 전체를 채울까요?

선은 1차원이고 정사각형은 2차원입니다. 그러니 선 하나로 정사각형을 빈틈없이 채우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런데 됩니다.
정사각형을 넷으로 나누고 그 중심들을 ㄷ자로 잇습니다. 각 조각을 다시 넷으로 나누고 같은 일을 합니다. 되풀이할수록 선이 길어지고 구석구석 파고듭니다.
끝없이 되풀이하면 그 선은 정사각형의 모든 점을 지납니다. 다비트 힐베르트가 1891년에 만든 이 곡선을 공간 채움 곡선이라 합니다.
이것이 왜 충격이었을까요? 차원이라는 개념이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1차원인 선이 2차원을 다 덮는다면, 차원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답하느라 수학자들은 차원을 훨씬 조심스럽게 다시 정의해야 했습니다.
실용적인 쓸모도 큽니다. 이 곡선을 따라가면 가까운 점끼리 가까운 순서를 갖게 됩니다.
이런 곡선을 처음 만든 사람은 힐베르트가 아니라 주세페 페아노입니다. 1890년의 일입니다. 그는 식으로만 적어 놓았고 그림은 그리지 않았습니다. 이듬해 힐베르트가 그림으로 그려 보이면서 사람들이 비로소 「선이 면을 채운다」는 말을 눈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도 검색이 빠른 까닭입니다. 2차원 위치를 1차원 번호로 줄 세우되 가까운 곳끼리 가까운 번호가 되게 합니다.
구글 지도와 데이터베이스의 위치 색인, 이미지 압축에서 픽셀을 훑는 순서에 이 곡선이 쓰입니다.
단계별로 그려 본다
정사각형을 4칸으로 나누고 'ㄷ' 자 모양으로 선을 긋습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각 칸을 다시 4칸으로 쪼개고 더 작아진 'ㄷ' 자들을 서로 맞물려 이어 줍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선이 점점 촘촘해지며 모눈을 까맣게 덮어 갑니다. 가위로 종이를 오려내듯 바닥 전체를 선 하나로 빽빽하게 칠해버리는 놀라운 곡선입니다.
길이가 늘어나는 것
단계 에서 선분의 길이를 계산해 봅니다. 한 변이 1인 정사각형에서 단계 곡선의 총 길이는 으로 단계가 커질수록 무한히 길어집니다.
선이 스스로를 교차하지 않으면서 정사각형 안의 모든 점과의 거리가 이하로 좁혀지므로, 무한 극한에서 이 선은 정사각형 내부의 모든 좌표 를 100% 지나가게 됩니다.
극한에서 채워지는 것
1890년 주세페 페아노가 최초로 발견하고 1891년 다비트 힐베르트가 기하학적 구성법을 제시한 공간 채움 곡선(Space-filling curve)입니다.
수학적으로는 단위 구간 에서 단위 정사각형 로 가는 연속인 전사 함수(Continuous Surjection) 가 존재함을 엄밀히 보인 것입니다.
차원의 뜻이 흔들린다
힐베르트 곡선의 발견은 "차원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져 근대 위상수학의 차원론(Dimension Theory)을 촉발했습니다. 위상 차원은 1차원이지만 공간을 덮는 프랙탈 차원은 2차원입니다.
오늘날에는 다차원 지리 정보 시스템(GIS) 데이터 인덱싱, 영상 압축, 공간 분할 해시 알고리즘(R-tree) 및 슈퍼컴퓨터의 병렬 메모리 지역성(Locality) 최적화에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힐베르트 공간 채움 곡선의 성질. 한 변의 길이가 인 단위 정사각형을 분할하여 힐베르트 곡선을 구성한다.
(1) 1단계 힐베르트 곡선은 정사각형을 4개의 작은 정사각형으로 나누고 중심 4개를 잇는다. 이 1단계 곡선의 총 길이를 구하시오.
(2) 단계에서 정사각형이 분할되는 작은 정사각형의 총 개수를 거듭제곱 꼴로 쓰시오.
(3) 힐베르트 곡선이 1차원 구간에서 2차원 정사각형으로 가는 연속 전사 함수이지만 일대일 대응(단사)은 될 수 없는 까닭을 쓰시오.
(1) , (2) 개, (3) 단사 연속이면 위상동형이어야 하는데 차원이 달라 모순입니다.
(1) 입니다.
네 칸의 중심을 잇는 선분은 세 개이고, 각각의 길이가 (이웃한 칸 중심 사이 거리) 이므로
(2) 개입니다.
단계마다 칸 하나가 넷으로 갈라지기 때문입니다.
⭐ 곡선의 길이는 단계마다 약 2 배로 늘어나 에서 무한대가 됩니다. 넓이 1 인 정사각형 안에 무한히 긴 선이 들어갑니다.
(3) 만약 연속이면서 일대일이라면, 이 닫히고 유계이므로 그 함수는 위상동형사상이 되어 두 공간이 본질적으로 같아야 합니다.
그런데 둘은 같을 수 없습니다 — 이를테면 안쪽 점 하나를 빼 보면
· 은 두 토막으로 끊어집니다
· 정사각형은 여전히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대일일 수 없습니다. 곧 이 곡선은 같은 점을 반드시 두 번 이상 지납니다.
1890 년 페아노가, 이듬해 힐베르트가 선 하나로 정사각형을 남김없이 덮어 보였습니다. 그때까지 차원은 당연한 것이었는데, 그 당연함이 깨졌습니다.
지금 이 곡선은 지도 데이터를 다룰 때 쓰입니다 — 가까운 곳끼리 번호도 가깝게 붙기 때문입니다.
「2차원을 1차원으로 줄 세우기」가 실제로 쓰입니다.
1차원의 굽은 선이 2차원의 면을 빈틈없이 채워 나가는 과정은, 유한한 넓이 안에 무한한 길이의 경계선을 품고 있는 눈송이 곡선의 신비와 닮아 있습니다 — 제47장 에서 차원의 경계를 넘나드는 프랙탈 곡선을 함께 비교해 보세요.
다비트 힐베르트(David Hilbert)가 1891년 《수학연보》(Mathematische Annalen)에 발표한 논문 「Ueber die stetige Abbildung einer Linie auf ein Flächenstück」에서 페아노의 공간 채움 곡선을 기하학적 재귀 구조로 시각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