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형 모양으로 질서정연하게 박힌 못 판 꼭대기에서 구슬 수백 개를 하나씩 떨어뜨려 보세요.
각 구슬은 못에 부딪힐 때마다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무작위로 튕깁니다. 제멋대로 굴러떨어진 구슬들이 바닥에 쌓였을 때 왜 항상 완벽한 좌우대칭 종 모양 곡선을 이룰까요?


1873년 런던, 프랜시스 골턴이 이 장치를 만듭니다. 그는 이것을 「퀸컹크스」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가 이것을 만든 까닭은 확률을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유전을 설명하고 싶어 했습니다.
키가 아주 큰 부모의 아이가 부모만큼 크지는 않고 평균 쪽으로 돌아온다는 것 — 오늘 우리가 「평균으로의 회귀」라 부르는 그 말이 골턴에게서 나왔습니다. 구슬 판은 그 설명 도구였습니다.
🚩 다만 그는 「우생학」이라는 말을 만든 사람이기도 합니다. 사람을 골라 낳게 하자는 그 생각은 뒷날 끔찍한 해를 끼쳤습니다. 좋은 도구를 만든 사람이 좋은 생각만 한 것은 아닙니다.
왜 종 모양이 될까요. 가운데로 오는 길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맨 왼쪽 끝에 닿으려면 열 번 모두 왼쪽으로 튀어야 합니다. 그런 길은 딱 하나뿐입니다.
그런데 가운데에 닿는 길은 왼쪽 다섯 번 오른쪽 다섯 번을 아무 차례로나 섞으면 되니 252가지나 됩니다. 그 길의 수가 바로 파스칼 삼각형의 수이고, 그것을 막대로 세워 놓은 것이 종 모양입니다.
왜 세상 많은 것이 종 모양으로 퍼지는가를 눈으로 보여 줍니다. 작은 우연이 많이 겹치면 가운데가 두툼해집니다.
키·시험 점수·측정 오차·품질 편차가 모두 이 모양이고, 그래서 통계의 거의 모든 방법이 여기서 출발합니다.
못 판에 구슬을 굴려 본다
골턴 보드 꼭대기에 구슬을 넣습니다. 구슬이 못에 닿을 때마다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반반의 확률로 튕겨 내려갑니다.
한두 개는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지만, 구슬을 백 개, 천 개 쏟아부으면 항상 한가운데가 가장 높고 양 끝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우아한 종 모양 언덕이 쌓입니다. 직접 관찰하며 우연 속의 질서를 느껴 보세요.
파스칼 삼각형과 같다
구슬이 못을 번 거쳐 바닥에 도달할 때, 오른쪽으로 번 튕길 확률은 파스칼 삼각형의 조합 수 과 정확히 같습니다.
가운데 칸으로 가는 경로의 수가 양 끝 칸으로 가는 경로의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독립적인 무작위 선택들이 누적되면 바닥의 구슬 분포는 수학적으로 이항분포 를 이루게 됩니다.
이항분포 → 정규분포
드무아브르-라플라스 정리에 의해 시행 횟수 이 충분히 커지면 이항분포 는 평균 , 분산 인 정규분포(가우스 분포) 로 완벽하게 수렴합니다.
확률밀도함수 가 바로 골턴 보드 바닥에 쌓인 구슬의 매끄러운 종 모양 외곽선 곡선입니다.
중심극한정리
골턴 보드는 통계학의 가장 위대한 금자탑인 중심극한정리(Central Limit Theorem)를 눈앞에 보여주는 물리적 장치입니다. 원래의 확률분포가 어떤 형태이든 상관없이, 독립적인 확률변수들의 합은 표본 크기가 커질수록 정규분포로 수렴합니다.
이 원리는 측정 오차의 법칙, 여론조사 신뢰구간, 금융 리스크 관리(VaR) 및 양자 요동과 브라운 운동의 거시적 통계물리학을 지배하는 절대 법칙입니다.
골턴 보드와 이항분포. 4단의 못이 있는 골턴 보드에서 구슬이 매 단마다 좌우로 갈 확률이 각각 이다. 바닥의 5개 칸을 왼쪽부터 0, 1, 2, 3, 4번 칸이라 하자.
(1) 구슬이 2번(중앙) 칸에 들어갈 확률을 이항분포 확률 공식 을 이용하여 구하시오.
(2) 구슬이 가장자리인 0번 칸 또는 4번 칸에 들어갈 확률의 합을 구하시오.
(3) 구슬 160개를 떨어뜨렸을 때 2번(중앙) 칸에 들어갈 구슬의 기댓값을 구하시오.
(1) 6 × (1/16) = 6/16 = 3/8 입니다. (3) 160 × (3/8) = 60개가 됩니다.
(1)
(2) 0 번과 4 번은 각각 이므로
(3)
한 구슬이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수백 개를 떨어뜨리면 늘 같은 종 모양이 쌓입니다.
낱낱은 알 수 없어도 무리는 알 수 있다 — 이것이 통계의 바탕입니다.
여기 「풀어 보기」는 기본 한 벌입니다. 더 풀어 보고 싶으면 행복수학의 그 단원으로 건너가세요.
종 모양 곡선은 세상 곳곳에 나타납니다.
구슬이 못에 부딪혀 좌우로 갈라지며 쌓이는 길의 수는 파스칼 삼각형의 수들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 제44장 에서 덧셈으로 쌓았던 숫자가 어떻게 확률의 아름다운 종 모양 곡선을 빚어내는지 확인해 보세요.
영국의 인류학자이자 통계학자인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이 1889년 저서 『자연의 유전』(Natural Inheritance)에서 정규분포와 이항분포의 수렴을 시각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고안한 퀸컹크스(Quincunx, 골턴 보드) 장치에서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