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50개를 똑바로 위로 쌓아 올린 원기둥과, 옆으로 비스듬히 밀어 기울어지게 만든 탑을 비교해 보세요.
모양은 삐딱해졌지만 두 동전 탑의 부피와 무게는 완벽히 똑같습니다. 왜 얇은 층들의 넓이가 같으면 전체 부피도 항상 같을까요?


1635년 볼로냐. 수도사이자 갈릴레오의 제자였던 보나벤투라 카발리에리가 『불가분량의 기하학』을 펴냅니다. 도형이 무한히 얇은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는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은 당시에 위험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예수회는 1632년에 「불가분량」을 소속 학교에서 가르치지 못하게 하는 목록에 올렸습니다. 두께가 없는 것을 아무리 쌓아도 두께가 생기지 않는다는 반박이 있었고, 그것은 사실 옳은 반박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방법은 맞는 답을 냈습니다. 그리고 삼십 년 뒤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손에서 적분이 됩니다. 금지 목록에 올랐던 생각이 미적분의 씨앗이었던 것입니다.
🚩 그보다 천 년 앞서 중국의 조긍이 같은 원리로 구의 부피를 구했습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이것을 「조긍의 원리」라 부릅니다.
원리가 통하는 까닭은 단순합니다. 어느 높이에서 잘라도 단면이 같다면 같은 조각을 자리만 옮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옮기는 일은 부피를 바꾸지 못합니다.
CT와 MRI가 몸속을 보는 원리입니다. 얇게 썬 단면들을 쌓아 부피와 모양을 되살립니다.
3D 프린터가 층층이 쌓아 올리는 것도, 지층의 두께로 땅속 부피를 재는 것도 같은 생각입니다.
동전을 쌓아 기울여 본다
새 카드 한 덱을 반듯하게 세워 놓았을 때와, 옆으로 비스듬히 밀어 평행사변형 모양으로 기울였을 때를 비교합니다.
종이 한 장 한 장의 넓이와 장수가 같으므로 전체 부피는 변하지 않습니다. 같은 높이에서 칼로 잘랐을 때 단면의 넓이가 항상 같다면 아무리 모양이 휘어 있어도 두 입체의 부피는 같습니다.
기울인 기둥의 부피
이 원리를 카발리에리의 원리(Cavalieri's Principle)라고 합니다. 두 입체를 밑면에 평행한 평면으로 잘랐을 때 모든 높이에서 단면의 넓이가 같으면 부피가 같습니다.
이를 이용하면 밑면 넓이와 높이가 같은 사각기둥과 원기둥, 사각뿔과 원뿔의 부피가 왜 서로 같은지 복잡한 계산 없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의 부피 유도
반지름 인 반구의 부피를 구할 때, 밑면 반지름 ·높이 인 원기둥에서 거꾸로 된 원뿔을 파낸 입체와 비교합니다.
높이 에서 자른 반구의 단면 넓이는 이고, 파낸 원기둥 단면 넓이도 로 일치합니다. 따라서 반구의 부피는 원기둥 부피에서 원뿔 부피를 뺀 이 됩니다.
적분의 전신
카발리에리의 불가분량(Indivisibles) 개념은 리만 적분 및 다중 적분의 푸비니 정리(Fubini's Theorem)의 역사적 모태입니다.
현대 측도론에서는 르베그 가측 집합에 대한 카발리에리 슬라이싱 원리로 정식화되며, 컴퓨터 단층촬영(CT) 영상 재구성 알고리즘인 라돈 변환(Radon transform)의 기본 적분 논리로 계승됩니다.
카발리에리 원리와 구의 부피. 반지름 인 반구 입체 A 와, 밑면 반지름 6·높이 6 인 원기둥에서 원뿔을 파낸 입체 B 가 있다.
(1) 바닥에서 높이 인 지점에서 반구 A 를 수평으로 자른 단면(원)의 넓이 를 구하시오.
(2) 같은 높이 에서 입체 B 를 수평으로 자른 단면(도넛 모양)의 넓이 를 구하시오.
(3) 카발리에리 원리를 이용하여 반구의 부피 를 구하고, 반지름 6 인 구 전체의 부피를 구하시오.
(1), (2) 모두 로 같으며, 구 전체 부피는 입니다.
(1) 반구를 높이 에서 자르면 단면 반지름은 이므로
(2) 원기둥에서 원뿔을 판 입체는 높이 에서 바깥 반지름 6, 안쪽 반지름 인 도넛이 됩니다.
— 둘이 같습니다.
(3) 어느 높이에서 잘라도 단면 넓이가 같으므로 카발리에리 원리에 따라 부피도 같습니다.
구 전체는 그 두 배인 이고, 와 일치합니다.
여기 「풀어 보기」는 기본 한 벌입니다. 더 풀어 보고 싶으면 행복수학의 그 단원으로 건너가세요.
「단면을 쌓아 부피를 얻는다」는 오늘날 그대로 쓰입니다.
얇은 동전들을 비스듬히 밀어도 전체 부피가 변하지 않는 카발리에리의 원리는, 아르키메데스가 평생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구와 원기둥의 부피 비를 단숨에 증명해 주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 제3장에서 그 감동을 다시 느껴보세요.
보나벤투라 카발리에리가 1635년에 펴낸 저서 『불가분량의 연속체 기하학』에서 단면적 비교를 통한 부피 계산 원리로 처음 제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