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장의 카드 한 덱을 반으로 갈라 손가락으로 촤르륵 맞물리게 섞는 리플 셔플(Riffle Shuffle)을 해 봅니다.
한두 번 섞어서는 원래 순서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고, 서너 번도 부족합니다. 그런데 딱 일곱 번을 섞는 순간 급격하게 완전한 무작위 상태로 뒤바뀝니다. 왜 대충 섞이지 않고 7번에서 갑자기 마법처럼 섞일까요?

퍼시 다이아코니스는 열네 살에 집을 나가 마술사가 되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카드 마술사 다이 버넌을 따라다니며 십 년을 보냈고, 스물넷에 다시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카드가 정말 섞이는지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는 뒷날 스탠퍼드 대학 교수가 됩니다.
1992년 그는 데이브 베이어와 함께 답을 냈습니다. 리플 셔플로 일곱 번이면 충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일곱」은 못 박힌 수가 아닙니다. 무엇을 「섞였다」로 볼지 잣대를 바꾸면 답도 바뀝니다. 어떤 잣대로는 여섯 번으로 충분하고, 마술사가 알아채는 정도까지 따지면 더 많이 섞어야 합니다. 「일곱 번」은 하나의 잣대가 준 답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갑자기 섞인다는 점입니다. 다섯 번까지는 원래 차례가 상당히 남아 있는데, 여섯째와 일곱째에서 절벽처럼 떨어집니다. 이것을 「차단 현상」이라 합니다.
왜 갑자기일까요. 한 번 섞을 때마다 가능한 배열의 수가 두 배씩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카드 오십두 장의 배열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두 배씩 늘어나도 한참은 표가 안 나다가 어느 순간 단번에 따라잡습니다.
카지노가 카드를 몇 번 섞을지 규정으로 정합니다. 다섯 번으로는 규칙이 남아 있습니다.
「얼마나 섞어야 무작위가 되는가」를 다루는 이론(마르코프 연쇄)이 컴퓨터의 난수 생성과 인공지능의 표본 추출에 그대로 쓰입니다.
카드를 섞어 순서를 살펴본다
새 카드 덱을 뜯어 순서대로 정렬한 뒤 리플 셔플을 한 번 해 봅니다. 카드를 펼쳐보면 원래 순서의 긴 띠들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두 번, 세 번 섞어도 카드 마술사들은 원래 카드를 쉽게 찾아냅니다.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일곱 번째 셔플을 마치는 순간 비로소 이전의 모든 순서 정보가 완벽히 증발해 어떤 카드도 예측할 수 없게 됩니다.
섞임을 세는 방법
카드를 반으로 나눠 맞물려 섞을 때 카드가 쪼개지는 상승 수열(Rising Sequences)의 개수를 셉니다. 한 번 셔플하면 최대 2개의 상승 수열이 생기고, 번 셔플하면 최대 개로 늘어납니다.
52장의 순열 가지가 골고루 나타나려면 가 52보다 훨씬 커야 하며, 수학적 오차가 무의미해지는 임계점이 정확히 7번입니다.
변동거리와 수렴
수학자이자 마술사인 퍼시 디아코니스와 데이비드 바이어는 1992년 길버트-섀넌-리드(GSR) 셔플 모델을 통해 전변동 거리(Total Variation Distance)를 정밀 계산했습니다.
셔플 횟수에 따른 불완전도 그래프를 그리면 5번까지는 1에 가깝다가 6번(0.61), 7번(0.33)에서 수직 낙하하듯 뚝 떨어지는 차단 현상(Cutoff Phenomenon)을 엄밀히 증명했습니다. 8번은 0.17로 7번이면 충분합니다.
마르코프 연쇄
카드 셔플 연구는 마르코프 연쇄(Markov Chain)의 혼합 시간(Mixing Time) 이론을 혁명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상태 공간이 거대한 복잡계에서 평형 상태(Stationary Distribution)로 수렴할 때 점진적이 아니라 특정 시점에서 계단식으로 급변하는 상전이(Phase Transition) 현상은 통계물리학의 이징 모델(Ising model)과 현대 MCMC 알고리즘 수렴 속도 평가의 핵심 도구입니다.
카드 셔플과 전변동 거리. 52장의 카드 한 덱을 리플 셔플할 때 셔플 횟수 에 따른 전변동 거리를 라 하자.
(1) 52장의 카드를 일렬로 나열하는 모든 경우의 수를 기호로 나타내시오.
(2) 번의 리플 셔플로 생성될 수 있는 최대 상승 수열(Rising sequence)의 개수를 의 거듭제곱으로 쓰시오.
(3) 바이어와 디아코니스의 연구에 따르면 5번 셔플 시 에서 7번 셔플 시 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의 명칭을 쓰시오.
(1) , (2) , (3) 차단 현상(Cutoff phenomenon)입니다.
(1) 가지입니다 (약 ).
⭐ 우주가 생긴 뒤 흐른 시간을 초로 세어도 남짓입니다. 카드 한 벌을 잘 섞으면 인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없던 순서가 나옵니다.
(2) 개입니다.
리플 셔플 한 번은 덱을 둘로 갈라 섞는 것이므로 상승 수열이 최대 2 배가 됩니다.
가 되려면 — 여기서 이미 6 이라는 숫자가 보입니다.
(3) 차단 현상(cutoff phenomenon)이라 합니다.
섞을수록 조금씩 고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지점까지는 거의 그대로 있다가 갑자기 무너집니다.
(거의 안 섞임) → → →
그래서 7 번이 기준이 되었습니다.
1992 년 바이어와 디아코니스의 이 결과는 신문 1 면에 실렸습니다. 카지노에서 몇 번 섞어야 하는가가 걸린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디아코니스는 원래 열네 살에 집을 나간 마술사였습니다. 카드 다루는 손재주를 수학으로 옮긴 셈입니다.
⛔ 세 번만 섞고 나눠 주면 순서가 상당히 남아 있어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 「풀어 보기」는 기본 한 벌입니다. 더 풀어 보고 싶으면 행복수학의 그 단원으로 건너가세요.
「얼마나 섞어야 하나」는 계산에서 중요한 물음입니다.
카드를 대충 서너 번 섞으면 이전 순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듯이, 무작위처럼 보이는 일련의 사건에서도 독립성에 대한 오해가 생기면 도박사의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 제90장 에서 우연과 독립시행의 진짜 얼굴을 다시 점검해 보세요.
수학자이자 마술사인 퍼시 디아코니스(Persi Diaconis)와 데이브 바이어(Dave Bayer)가 1992년 《응용확률연보》(The Annals of Applied Probability)에 발표한 논문 「Trailing the Dovetail Shuffle to its Lair」에서 리플 셔플의 임계 전이(cut-off)를 수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