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책을 펼치고 구불구불한 리아스식 해안선의 길이를 재어 보세요. 10센티미터짜리 긴 막대자로 잴 때와 1센티미터짜리 짧은 눈금자로 잴 때의 결과가 다릅니다.
더 정밀한 자로 잴수록 작은 만과 곶이 계속 더해져 해안선의 길이가 끝없이 늘어납니다. 영국 해안선의 참된 길이는 도대체 얼마일까요?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이 이 문제를 처음 만난 것은 지도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전쟁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이웃한 두 나라의 국경이 길수록 전쟁이 잦은가」를 알아보려고 나라마다 적어 놓은 국경 길이를 모았습니다.
그런데 숫자가 서로 맞지 않았습니다. 스페인은 포르투갈과의 국경을 987km라 적었는데 포르투갈은 1214km라 적어 놓았습니다. 같은 선인데 2할 넘게 달랐습니다. 그는 전쟁 연구를 잠시 멈추고 이 어긋남을 파고들었습니다.
1967년 망델브로가 이 글을 다시 꺼내며 「영국 해안선의 길이는 얼마인가」라는 제목을 붙였고, 여기서 프랙탈이라는 말이 태어났습니다.
왜 자를 짧게 잡을수록 길어질까요. 긴 자는 만과 곶을 가로질러 건너뛰기 때문입니다. 자를 절반으로 줄이면 건너뛰던 굴곡이 드러나 걸음 수가 두 배보다 더 늘어납니다.
그리고 확대해 봐도 굴곡의 생김새가 비슷합니다. 바위 하나가 해안선 전체를 닮았습니다. 닮은 것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길이도 계속 늘어나고, 끝이 없습니다.
「길이」가 자로 재는 눈금에 따라 달라진다는 발견입니다. 그래서 나라마다 자기 해안선 길이를 다르게 발표합니다.
이 생각에서 프랙탈이 태어났고, 지금 영상 압축·지형 생성·혈관 구조 분석에 쓰입니다.
실로 지도 위 해안선을 재 본다
실을 들고 지도 위의 울퉁불퉁한 해안선에 대어 봅니다. 곧은 자로 대충 잴 때보다 굽은 실로 꼼꼼하게 잴 때 길이가 훨씬 길어집니다.
돋보기로 지도를 확대하면 보이지 않던 작은 굴곡들이 또 나타나 길이가 더 길어집니다. 재는 자의 눈금이 작아질수록 측정값이 계속 커지는 이상한 현상을 눈으로 확인해 보세요.
자의 길이를 바꿔 재고 표로
길이 인 자로 측정한 해안선의 총 길이를 이라 하면, 자의 크기 이 줄어들수록 측정된 걸음 수 은 단순 반비례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매끄러운 원이나 사각형은 자가 작아져도 일정한 둘레로 수렴하지만, 해안선은 끝없는 자기유사성을 품고 있어 측정 길이가 무한히 증가합니다. 이것이 해안선 역설입니다.
로그–로그 그래프의 기울기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은 자의 크기 과 측정 길이 사이에 멱법칙 관계가 성립함을 발견했습니다.
양변에 로그를 취한 그래프의 기울기를 구하면 그 지형 고유의 프랙탈 차원 를 얻습니다. 매끄러운 해안선은 이지만, 영국의 복잡한 해안선은 에 달합니다.
프랙탈 차원
브누아 망델브로는 해안선 길이 역설을 바탕으로 프랙탈 기하학(Fractal Geometry)을 정립했습니다. 자연계의 구름, 산맥, 번개, 혈관망, 신경망 등은 유클리드 기하학의 정수 차원이 아닌 비정수 하우스도르프-베시코비치 차원으로 완벽하게 기술됩니다.
이 이론은 컴퓨터 그래픽스의 지형 절차적 생성(Procedural Generation), 주파수 신호 압축, 금융 시장의 변동성 모델링에 광범위하게 응용됩니다.
해안선 역설과 멱법칙. 어떤 해안선을 측정하는 자의 길이 과 측정된 총 길이 에 대하여 관계식 가 성립한다.
(1) 매끄러운 원의 둘레처럼 일 때, 자의 길이 에 상관없이 측정 길이가 일정한 상수가 됨을 보이시오.
(2) 프랙탈 차원 인 해안선에서 자의 길이를 로 줄였을 때, 측정된 총 길이가 몇 배로 늘어나는지 계산하시오.
(3) 자의 길이가 0에 가까워질 때() 인 해안선의 측정 길이가 무한대로 발산함을 설명하시오.
(2) (1/16)^(1-1.25) = (1/16)^(-0.25) = 16^(1/4) = 2배로 늘어납니다.
(1) 이면
자를 아무리 바꿔도 같은 값이 나옵니다. 원의 둘레가 그렇습니다.
(2) 이면 이므로
— 두 배가 됩니다.
(3) 이면 이므로 측정 길이는 끝없이 커집니다.
그래서 「영국 해안선의 길이」에는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만을 하나하나 따라가고, 바위를 돌고, 모래알을 돌면 길이는 계속 늘어납니다. 물을 수 있는 것은 「얼마나 구불구불한가」, 곧 차원 뿐입니다.
여기 「풀어 보기」는 기본 한 벌입니다. 더 풀어 보고 싶으면 행복수학의 그 단원으로 건너가세요.
「길이가 정해지지 않는 것」은 뜻밖에 많습니다.
자의 눈금을 줄일수록 측정되는 길이가 무한히 늘어나는 해안선의 복잡한 굴곡은, 선분 가운데를 3등분하여 꺾쇠를 무한히 덧붙여 나가는 코흐 곡선의 프랙탈 구조와 그 수학적 본질이 같습니다 — 제47장에서 규칙적인 자기닮음이 만들어내는 무한한 경계선의 비밀을 풀어보세요.
브누아 망델브로(Benoit Mandelbrot)가 1967년 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기념비적 논문 「영국의 해안선 길이는 얼마인가? 통계적 자기닮음과 분수 차원」에서 유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