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차흙으로 빚은 당구공 하나가 손바닥 위에 있습니다. 이 공을 칼로 조심스럽게 다섯 조각으로 잘라냅니다.
조각을 늘리거나 찰흙을 덧붙이지 않고 오직 회전시키고 옮겨서 다시 맞춥니다. 처음과 완전히 똑같은 당구공 두 개가 뚝딱 완성된다면, 이것은 사기일까요 아니면 수학적 진실일까요?


공 하나를 몇 조각으로 나눈 뒤, 늘이거나 줄이지 않고 움직이고 돌리기만 해서 다시 붙입니다. 그랬더니 똑같은 공이 두 개가 되었습니다.
말이 안 됩니다. 그런데 수학에서는 참입니다.
1924년 스테판 바나흐와 알프레트 타르스키가 증명했습니다. 다섯 조각이면 됩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열쇠는 그 조각들이 부피를 잴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덩어리가 아니라 먼지처럼 흩어진 집합입니다. 부피가 0도 아니고 1도 아니라 아예 정의되지 않습니다.
부피가 없는 것을 합쳤으니 부피가 늘어도 모순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증명은 선택 공리를 씁니다. 「무한히 많은 상자에서 하나씩 고를 수 있다」는 당연해 보이는 규칙인데, 그것을 인정하면 이런 것이 따라옵니다.
진짜 콩을 쪼개서 두 개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물질은 원자로 되어 있고, 원자는 먼지처럼 흩어지지 않습니다.
이 일이 가능해 보이는 까닭은 조각이 부피를 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칼로 자를 수 있는 조각이 아니라, 점들을 흩어 놓은 안개 같은 덩어리입니다. 그런 것에는 「부피」라는 말 자체가 붙지 않습니다.
그러니 「부피가 두 배가 되었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없던 부피가 생긴 것이 아니라, 중간에 부피가 없는 상태를 지나간 것입니다.
🚩 이 결과는 선택공리를 쓸 때만 나옵니다. 그래서 이것을 「선택공리가 이상하다는 증거」로 보는 사람과 「무한이 원래 그렇다」로 보는 사람이 갈립니다.
실생활에 쓰이는 곳은 없습니다. 진짜 물건을 쪼개 두 개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 물질은 원자로 되어 있고, 원자는 먼지처럼 흩어지지 않습니다.
이 정리가 하는 일은 다른 것입니다. 수학이 자기 규칙을 시험하는 자리입니다. 「부피란 무엇인가」를 엄밀히 다시 묻게 만들었고, 그 답이 오늘 확률·통계의 바탕인 측도론이 되었습니다.
사과를 쪼개 붙여 본다
사과 하나를 칼로 쪼개어 다른 모양을 만들어 봅니다. 보통은 조각들을 아무리 돌려 붙여도 사과 하나의 양을 넘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수학의 세계에서는 점들이 먼지보다도 미세하게 흩어진 상상 속의 조각을 만들어, 원래 크기의 사과 두 개로 감쪽같이 조립하는 기묘한 정리가 있습니다.
부피를 잴 수 없는 조각
바나흐와 타르스키는 3차원 공을 단 다섯 조각으로 쪼갠 뒤 오직 이동과 회전(강체 변환)만으로 원래와 똑같은 공 두 개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까닭은 쪼갠 조각들이 부피를 잴 수 없는 기괴한 비가측 집합이기 때문입니다. 1리터짜리 조각이라 부를 수 없는 괴물 같은 조각들이기에 '부피 보존'의 상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잴 수 없는 조각」이라는 말
이 역설의 핵심 엔진은 3차원 회전군 내부에 존재하는 두 생성원 로 이루어진 자유군 의 존재입니다.
자유군은 자기 자신을 유한 조각으로 분할하여 처럼 두 개의 온전한 복사본으로 재조립할 수 있는 역설적 분할 성질을 가집니다. 여기에 선택공리(Axiom of Choice)를 적용하여 공의 점들을 궤도별로 쪼개어 비가측 조각들을 구성합니다.
선택공리
바나흐-타르스키 역설은 르베그 측도론(Measure Theory)에서 모든 부분집합에 모순 없이 부피를 부여할 수 없다는 비가측 집합(Non-measurable Set)의 필연성을 극적으로 웅변합니다.
현대 집합론에서는 선택공리(AC)의 수용 여부와 기하학적 군론의 유순군(Amenable Group) 이론을 발전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으며, 물리적 현실과 순수 수학적 연속체 모델 사이의 심오한 간극을 보여 줍니다.
바나흐-타르스키 역설과 선택공리.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1) 바나흐-타르스키 역설에서 3차원 공을 쪼개어 두 개로 복제할 때 조각들에 허용되는 기하학적 변환 두 가지를 쓰시오.
(2) 이 정리가 물리적 질량 보존 법칙과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 수학적 까닭을 '조각의 부피' 관점에서 설명하시오.
(3) 무한개의 집합족에서 각각 원소를 하나씩 뽑아 새로운 집합을 구성할 수 있음을 보장하는 집합론의 공리 이름을 쓰시오.
(1) 평행이동과 회전이동(강체 변환)입니다. (2) 잘라낸 조각들이 르베그 부피를 정의할 수 없는 비가측 집합이기 때문입니다. (3) 선택공리입니다.
(1) 평행이동과 회전이동입니다 (합쳐서 강체운동).
⛔ 늘이거나 줄이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조각의 모양과 크기가 그대로인 채로 옮기고 돌리기만 해서 공 하나가 둘이 됩니다.
그래서 더 믿기 어렵습니다 — 늘였다면 놀랄 일이 아닙니다.
(2) 잘라 낸 조각들이 비가측 집합이기 때문입니다.
곧 그 조각들에는 부피라는 것 자체가 정의되지 않습니다.
⇨ 「조각 부피의 합이 늘어났다」는 말을 아예 할 수가 없습니다. 더할 숫자가 없으니 모순도 없습니다.
⛔ 그리고 그 조각은 칼로 자를 수 있는 모양이 아닙니다 — 무한히 흩어진 먼지 같은 점의 모임이라 실제 물질로는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질량 보존과 부딪히지 않습니다.
(3) 선택공리(Axiom of Choice)입니다.
⭐ 「무한히 많은 상자에서 하나씩 골라 새 집합을 만들 수 있다」 —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말입니다.
그런데 고르는 방법을 말하지 않고도 「골랐다」고 해도 된다는 데서 이 역설이 태어납니다.
1924 년 바나흐와 타르스키가 증명했습니다. 완두콩 한 알을 쪼개어 태양만 한 공으로 다시 맞출 수도 있습니다.
이 결과 때문에 선택공리를 버려야 하나를 두고 오래 다투었습니다. 결국 남겼습니다 — 그것 없이는 대부분의 현대 수학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 이 역설이 알려 주는 것은 「우리 직관이 무한 앞에서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사실입니다. 부피라는 익숙한 개념조차 모든 모임에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연한 규칙」이 어디까지 데려가는지 보여 줍니다.
선분을 쪼개고 지워 길이는 0인데 점은 가득 찬 집합을 만들었던 조작이 3차원 공간에서는 공 하나를 둘로 복제합니다 — 제117장 의 기묘한 집합론이 상식을 뛰어넘는 기하학적 분할로 확장됩니다.
스테판 바나흐(Stefan Banach)와 알프레트 타르스키(Alfred Tarski)가 1924년 폴란드 수학 학술지 『Fundamenta Mathematicae』에 발표한 논문 「점 집합의 합동 분할에 관하여」에서 발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