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초록, 파랑 주사위 3개가 있습니다. 친구에게 마음에 드는 주사위를 먼저 고르게 하고, 나는 남은 것 중 하나를 고릅니다.
그런데 누가 먼저 골라도 나중에 고른 사람이 무조건 3분의 2 확률로 이깁니다. 왜 가위바위보처럼 주사위 승패가 꼬리를 물고 돌까요?


가위바위보에서는 가위가 보를, 보가 바위를, 바위가 가위를 이깁니다. 돌고 돕니다. 그런데 주사위로도 이런 일이 생깁니다.
보통 우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A가 B보다 세고 B가 C보다 세면, 당연히 A가 C보다 셀 것이다. 키나 몸무게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주사위 눈을 잘 고르면 A가 B를 이기고, B가 C를 이기고, 그런데 C가 A를 이기는 세 주사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세 개가 서로를 물고 돕니다.
이런 것을 비추이적이라고 합니다. 「이긴다」는 관계가 줄을 세우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 사실이 왜 중요할까요? 세상에는 줄을 세울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줄을 세우려 합니다. “A가 B보다 낫고 B가 C보다 나으니 A가 C보다 낫다”가 언제나 참은 아닙니다.
이 주사위가 널리 알려진 것은 1970년 마틴 가드너가 잡지에 실으면서였습니다. 유명한 일화도 있습니다. 워런 버핏이 빌 게이츠에게 이 주사위로 내기를 걸며 「먼저 고르십시오」라고 했는데, 게이츠가 주사위를 한참 들여다보더니 「당신이 먼저 고르시죠」라고 되돌려 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A가 B보다 낫고 B가 C보다 나으면 A가 C보다 낫다」가 늘 참은 아닙니다.
스포츠 순위, 검색 결과 정렬, 상품 비교에서 이 함정이 실제로 나타납니다. 둘씩만 견주어 순위를 매기면 돌고 도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주사위를 만들어 겨뤄 본다
숫자가 특이하게 적힌 주사위 세 개를 만듭니다. A(2,2,4,4,9,9), B(1,1,6,6,8,8), C(3,3,5,5,7,7)을 던져 봅니다.
A와 B가 대결하면 A가 더 자주 이기고, B와 C가 대결하면 B가 더 자주 이깁니다. 당연히 A가 C도 이길 것 같지만, 직접 던져 보면 C가 A를 이겨 버립니다.
이길 확률 세기
수학에서 A가 B를 이기고 B가 C를 이기면 A가 C를 이기는 성질을 '추이성'이라 합니다. 하지만 이 주사위들은 비추이성(Non-transitivity)을 가집니다.
모든 36가지 경우를 표로 그려 세어 보면 A가 B를 이길 확률은 5/9, B가 C를 이길 확률도 5/9, C가 A를 이길 확률도 5/9(약 55.6%)입니다. 마치 가위바위보처럼 물고 물립니다.
비추이성
비추이적 주사위는 확률론의 기댓값과 승률이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평균 점수가 더 높다고 해서 1대 1 승부에서 이길 확률이 더 높은 것은 아닙니다.
이 구조는 다수결 투표에서 후보 A가 B를, B가 C를, C가 A를 이겨 사회적 합의가 맴도는 콩도르세의 역설(Condorcet Paradox)과 수학적으로 완전히 같은 구조입니다.
투표의 역설
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Arrow's Impossibility Theorem)는 비추이적 선호 순환이 존재하는 한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완벽한 투표 체계는 존재할 수 없음을 증명했습니다.
게임 이론에서는 내쉬 균형이 순수 전략으로 존재하지 않고 혼합 전략으로 수렴하는 구조를 모델링하는 데 에프론 주사위(Efron's dice)와 펜니 게임(Penney's game)을 활용합니다.
에프론의 비추이적 주사위 대결. 여섯 면에 다음과 같이 숫자가 적힌 두 주사위 A, B 가 있다.
· 주사위 A: (2, 2, 4, 4, 9, 9)
· 주사위 B: (1, 1, 6, 6, 8, 8)
(1) 두 주사위를 각각 한 번씩 던져 나오는 눈의 순서쌍은 모두 몇 가지인가?
(2) 주사위 A 의 눈이 주사위 B 의 눈보다 큰 경우의 수를 모두 세어 쓰시오.
(3) 주사위 A 가 주사위 B 를 이길 확률 를 기약분수로 구하시오.
(2) 일 때 2가지, 일 때 2가지, 일 때 6가지이므로 총 가지이며 확률은 입니다.
(1) 가지
(2) A 의 눈마다 세어 봅니다. B 는 1이 두 면, 6이 두 면, 8이 두 면입니다.
일 때 B=1 뿐 → 2가지, 그런 A 면이 둘이므로
일 때도 B=1 뿐 →
일 때는 B 의 여섯 면을 다 이기므로
모두 가지
(3)
A 가 B 를 이깁니다. 그런데 이런 주사위들은 A>B, B>C 인데 C>A 가 되기도 합니다 — 가위바위보처럼 돌고 돕니다.
여기 「풀어 보기」는 기본 한 벌입니다. 더 풀어 보고 싶으면 행복수학의 그 단원으로 건너가세요.
「돌고 도는 관계」는 사람 사는 일에도 있습니다.
A가 B를 이기고 B가 C를 이겨도 C가 A를 이기는 주사위의 비이행성은, 개인의 선호를 합산할 때 사회적 선택이 순환하며 모순에 빠지는 투표의 역설과 수학적 구조가 같습니다 — 제111장에서 그 닮은꼴을 확인해 보세요.
통계학자 브래들리 에프론이 1970년 고안한 주사위 세트와, 마틴 가드너가 1970년 12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기고한 글에서 소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