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놓인 종이에 이십억이 넘는 커다란 수 2,027,651,281 이 적혀 있습니다. 이 수가 어떤 두 소수를 곱해 만들어졌는지 찾아내라는 문제가 눈앞에 놓였습니다.
작은 홀수부터 차례대로 나누어 확인한다면 무려 22,010번이나 긴 나눗셈을 되풀이해야 합니다. 그런데 파리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 수학자는 단 열두 번의 계산만으로 두 수를 정확히 찾아내었습니다.
종이 위를 가득 채우며 며칠 밤을 매달려야 할 것 같던 거대한 수가 어떻게 열두 번의 뜀박질만으로 두 조각으로 갈라졌을까요?

17세기 프랑스 남서부 툴루즈에서 법관으로 일하던 사람인 피에르 드 페르마(1601~1665)는 여가에 수학을 했습니다. 그는 대학 교수가 아니었고 연구를 책으로 거의 내지 않고 편지와 책 가장자리 글로 알렸지만, 다른 학자들과 교류하며 시대의 가장 깊은 문제들을 풀어 나갔습니다.
그 무렵 프랑스 파리에는 유럽 전역의 학자들 사이에서 소식과 수학 문제를 이어 주던 메르센 신부(1588~1648)가 있었습니다. 메르센 신부는 수학자들에게 서로 다른 편지를 전달하며 학문의 우체통 역할을 도맡았고, 페르마 역시 그에게 자신의 새로운 발견을 적어 보내곤 했습니다.
1643년경 페르마가 파리의 메르센에게 보낸 편지에는 큰 수를 둘로 쪼개는 놀라운 계산법이 적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당시 큰 수를 쪼개려면 3, 5, 7, 11처럼 작은 수로 하나하나 나누어 보는 방법이 보통이었습니다.
그런데 페르마는 나눗셈을 아래서부터 묵묵히 밀고 올라가는 대신, 전혀 엉뚱한 방향에서 문제에 다가섰습니다. 그는 수를 나누어 깎아 나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두 제곱수의 차이로 수를 감싸 안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페르마의 방식은 두 인수가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때 놀라운 위력을 발휘합니다. 두 수가 가까울수록 두 수의 한가운데에 있는 값의 제곱에서 원래 수를 뺀 차이가 아주 작아져, 제곱수를 금세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편지에 짤막하게 적혀 전해진 이 발상은, 큰 수를 쪼개는 방법을 소개할 때 지금도 가장 먼저 나오는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오늘날 인터넷 뱅킹과 전자 서명에 널리 쓰이는 RSA 암호 체계는 아주 커다란 두 소수를 곱해 비밀 열쇠를 만듭니다. 이때 두 소수가 서로 너무 가까우면 페르마의 인수분해법에 걸려 암호가 쉽게 풀려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암호를 만들 때는 두 소수를 일부러 멀찍이 무작위로 떨어뜨려 놓아야 합니다.
또한 컴퓨터가 아주 큰 수를 쪼갤 때 쓰는 이차 체법 같은 방법들도, 수를 제곱수의 차로 바꾸어 쪼갠다는 같은 생각에서 이어진 후손입니다.
모눈종이 정사각형에서 작은 정사각형 하나를 잘라 내어 직사각형으로 바꿉니다
이 99개의 칸을 반듯한 직사각형 하나로 다시 만들 수 있을까요? 방금 1칸이 떨어져 나가 세로로 9칸만 남은 오른쪽 가장자리 한 줄(가로 1칸 × 세로 9칸)을 가위로 반듯하게 잘라 냅니다. 그러면 왼쪽에 남은 덩어리는 가로 9칸 × 세로 10칸이 됩니다. 잘라 낸 조각을 옆으로 눕히면 가로 9칸 × 세로 1칸이 되는데, 이것을 왼쪽에 남은 덩어리의 아래쪽에 나란히 이어 붙입니다.
| 원래 정사각형 | 오려 낸 정사각형 | 남은 칸수 | 만들어진 직사각형 |
|---|---|---|---|
| 10 × 10 (100) | 1 × 1 (1) | 99 | 9 × 11 |
| 10 × 10 (100) | 2 × 2 (4) | 96 | 8 × 12 |
| 10 × 10 (100) | 3 × 3 (9) | 91 | 7 × 13 |
제곱의 차 공식을 거꾸로 읽어 작은 수들을 두 수의 곱으로 쪼갭니다
모눈종이를 자르고 붙이며 확인한 규칙을 수학에서는 문자로 적습니다. 중학교에 올라오면 두 식의 곱을 전개하는 곱셈공식을 배웁니다.
이 식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으면 두 괄호를 곱해 괄호를 푸는 전개이지만, 거꾸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으면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빼기로 이어진 두 제곱수를 두 식의 곱으로 묶어 내는 것, 이것이 바로 중학교 3학년에서 배우는 인수분해입니다. 어떤 수가 두 제곱수의 차이로 표현되기만 하면, 복잡한 나눗셈을 하지 않아도 곧바로 두 수의 곱으로 갈라집니다.
예를 들어 91이라는 수가 소수인지 아니면 합성수인지 알고 싶다고 해 봅시다. 91보다 살짝 큰 제곱수를 떠올려 봅니다. 10의 제곱은 100입니다. 100에서 91을 빼면 9가 나오는데, 9는 마침 3의 제곱입니다.
제곱의 차가 완성되었으니 곱셈공식을 거꾸로 적용하기만 하면 끝납니다.
91이 소수가 아니라 7과 13의 곱이라는 사실이 순식간에 드러납니다.
어떤 홀수를 둘로 쪼개고 싶을 때, 그 수보다 큰 제곱수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며 뺀 결과가 제곱수가 되는 짝을 찾기만 하면, 인수분해 공식이 단숨에 그 수를 쪼개 줍니다.
제곱근 바로 위부터 제곱수를 차례로 빼 보며 큰 수를 빠르게 쪼갭니다
페르마는 이 생각을 큰 수에 쓰는 방법으로 편지에 적어 보냈다고 전해집니다.
| 수 | 두 인수 | 출발값 | 끝난 | 걸음 수 |
|---|---|---|---|---|
| 3,599 | 59 × 61 | 60 | 60 | 1 |
| 10,403 | 101 × 103 | 102 | 102 | 1 |
| 1,022,117 | 1009 × 1013 | 1011 | 1011 | 1 |
| 3,027 | 3 × 1009 | 56 | 506 | 451 |
3,599처럼 두 인수가 가까우면 단 1걸음에 끝나지만, 3,027처럼 인수가 멀면 451걸음이 걸립니다.
3부터 홀수로 나누면 가장 작은 소인수 44021까지 22,010번 나누어야 하지만, 페르마의 방법은 단 12걸음 만에 해답을 찾아냅니다.
두 소수가 가까우면 쉽게 깨지는 원리와 현대 인수분해 알고리즘으로 이어집니다
(1) 다음 다항식을 인수분해 하십시오.
(3) 자연수 253 을 페르마의 방법으로 1보다 큰 두 자연수의 곱으로 나타내십시오. (253 보다 크거나 같은 제곱수부터 차례로 253 을 빼 보십시오.)
페르마는 법관으로 일하며 여가에 수학을 했고, 연구를 책으로 거의 내지 않아 편지와 책 가장자리 글로 알려졌다고 전해집니다.
예와 문항은 이 책을 위해 새로 지었고 모든 수는 다시 계산해 확인했습니다.